2009년 01월 01일
하만 칸 - 사카키바라 요시코 인터뷰 02
지난 번 인터뷰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사카키바라 요시코님과 하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만드는 입장의 의도가 젊은 세대에게 확실하게 전해지는지 아닌지의 여부가…
질문 : 하만을 연기하시면서 느끼셨던 점이라면?
답변 : 하만 칸의 연설이든 무엇이든 간에, 말하는 것에서 뭔가 수상쩍은 냄새를 풍긴다고 해야 할지…
그런 배역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적인 감정을 숨기고 있는 듯 하지만, 그걸 완벽하게 해내고 있지는 못하며,
마음 속 내면의 감정의 흔들림을 극복하지 못하고, 크게 휘둘리고 있는 모습 등을 말이죠.
또한 겉으로 그런 일은 없다고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말을 한다든지, 그런 느낌을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만이 가진 그런 수상쩍은 느낌 같은 것을 넌지시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네요.
질문 : 기존의 권선징악 형태의 어린이용 작품에서는 캐릭터의 성격 표현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으니 말이죠.
넌지시 드러낸다는 것은 ‘Z’ 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느낌이로군요?
답변 : 상당히 두려웠던 점이, 만드는 입장의 의도가 젊은 세대에게 확실하게 전달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죠.
화면 속에서야 다들 멋지게 죽어가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파괴되는 기체 안에서는 엄연히 한 명의 인간이 죽는 거니까요.
그 안에서 사람이 죽으면 어찌될까? 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죠. 사람이 산산히 부서져서 그저 육편으로 변하고 마는 겁니다.
그게 만약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다면, 육편으로 화하는 그 장면을 바로 자신의 눈 앞에서 확인하게 되는 거잖아요?
설령 만드는 쪽에서 그 장면을 미화하여 묘사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 만으로 사물의 이치를 판별하는 경향이 강한 어린 아이들 눈에는, 자연스럽게 미화되어 보이게 되는 거죠.
하만을 연기하고 있을 때, 전투 장면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전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분위기를 느끼게끔 연기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느끼셨던 시청자 분들은 좀 적으셨던 것 같아요.
‘이건 좀 실패한 게 아닐까’ 싶었죠. 오로지 그 부분이 이후로도 쭉 반성해야 할 부분으로 남아버리고 말았네요.
질문 : 어째서 하만 역할을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되셨나요?
답변 : 그 당시, 한 취재 기자님에게서 “하만 칸을 좋아하는 팬들이 엄청 많습니다” 라는 소리를 들었던 거죠.
그 때 저는 ‘어라라?’ 싶은 기분이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하만을 싫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겠다는 심산으로 연기를 했었기 때문이죠.
물론 팬들이 많다는 소리를 들으면 흔히 기뻐하겠죠. 하지만, 그런 의도로 연기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이건 실패가 아닐까 생각했던 거에요.
그 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하게 되었을 때,
이번에는 정말 돌이라도 맞을 각오로 연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뭐 이건 생각한 대로 잘 됐지만요.
저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 어느 정도 선악의 개념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른이 된 후에 필요악이라는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편이 좋다고 보니까요.
다만, 토미노 감독님이 창조하신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선이나 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물들이 많아요.
그건 인간 그 자체를 그리고 있기 때문일 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만의 이러이러한 생각은 괜찮지만, 또 다른 어떤 사고 방식은 너무 자기중심적인 거 아냐? 라고 생각해 준다면,
거기에서 또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사실은 그 당시에 하만을 그런 식으로 연기해 보고 싶었었죠.
착한 사람보다 나쁜 사람을 연기하는 편이 묘하게 불타오르죠.
질문 : 20년 만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역할을 다시 연기해 보신 감상은 어떠신지요?
답변 : 혹시 가능하다면 재녹음을 하고픈 작품은 꽤 많이 있답니다.
지금이라면 보다 복합적인 연기를 펼칠 수도 있고, 아마 그 당시엔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았겠지 싶은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극장판에서 새롭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죠.
질문 : 극장판에 들어서서 토미노 감독님이 주문하신 게 있다면?
답변 : 아무것도 없었어요. 제 2부에서는 정말 조금 밖에 등장하지 않았고 말이죠.
다만, 다른 분들께 설명을 하실 때, ‘하만 칸이 저런 식으로 재수없게 등장을 해서 말이야.’ 라고 말씀하실 때는 ‘그래, 좋았어’ 라고 생각했지만 말이죠.(웃음)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대단히 재수없다는 듯한 느낌으로 말씀하셨으니 말이에요..
질문 : TV 시리즈에서 보던 그 이상으로 거만함이라든가, 두려움을 느꼈어요.
답변 : 젊었을 때는, 스스로 생각은 하고 있어도, 거만함이라는 부분을 연기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었거든요.
그 후, 20년이 지나고 거만한 연기를 해보니, ‘오오’ 하면서 움찔하는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건 기쁜 일이다 라고 느끼는 거죠.
밀고 당기는 흥정이나 협상 등의 장면에서는 거만함에 더해서 불쾌하거나 재수없는 느낌까지 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질문 : 왠지 하만의 결정판이 탄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굉장한 열의를 느꼈습니다.
답변 : 그렇지요. 하만 칸은, 제가 가장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목소리 톤의 캐릭터이고, 그런 복잡미묘한 심리를 가진 역할은 매우 좋아합니다.
착한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을 연기하는 편이 묘하게 불타오르거든요.
그 복잡한 마음, 일반인과는 다른 사고 회로를 가진 인물을 과연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나 자신이 어디까지 그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이 정말 견딜 수 없이 재미있으니까요. 제 자신을 보건대, 표현에 관한 열정은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괴로운 점도 많이 있긴 하지만, 그 연기가 OK 사인을 받는 것이 너무 기쁘니 말이죠.
그렇기에, 어떤 역할에 대해서든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궁리를 해서 연기하고자 마음 먹고 있습니다.
질문 : 끝으로 팬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 TV 시리즈부터 봐 주신 팬 분들이나, 이번에 새롭게 팬이 되신 분들 모두가 하만 칸의 굴절된 심리를 파악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이 이야기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을 비교해 보시고,
세계가 평화롭게 되려면 개개인이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마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들은 그들 모두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 희생해 가는 사람들 뿐일 테니 말이죠.
그들을 대신해, 현실 세계에서 평화를 얻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이번 계기를 통해 생각해 주시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젊은 세대들이 이루어 내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저도 이 작품에서 배우고 있으며, 보시는 분들까지 배우시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
질문 : 감사합니다.
# by | 2009/01/01 03:01 | 번역 | 트랙백 | 덧글(0)


